대법원이 GM대우자동차의 사내하청(하도급)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유죄를 확정함에 따라 사내하도급이 비일비재한 '자동차'와 '조선', '항공', '유통업종'에 대해서도 불법파견 행위근절을 위한 실태조사와 위법행위에 대한 엄정대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사내하청 형태로 행해지고 있는 불법파견 행위에 대한 처벌에 소극적이었던 노동청과 검찰에 대해 노동계는 엄격한 법적용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함께 불법파견 근절과 직접고용의 법적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불법파견 행위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에서는 GM대우차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 현대기아차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노동계로부터 2차례 불법파견으로 고소된 상태여서 검찰의 기소여부가 새정부 출범과 맞물려 향후 재계에 가해질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재계는 물론 검찰 내에서도 동종 업계인 현대차 정몽구 회장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사내 불법하청이 가장 많이 행하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작공정에 수많은 협력업체 직원을 파견받아 직접 투입하고 있다.

원청회사의 직원처럼 통제, 지휘, 작업배치를 받으면서도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규직과 똑같은 공정에서 똑같은 일을 하지만 신분이 하청회사 소속인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대기업들에 막대한 부당이익을 안겨준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대차의 사내하청 규모는 8,300명 수준이다. 기아차도 사내하청노동자가 3,000명을 넘는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사내하청을 유지하는데 대한 압박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GM대우처럼 형사소송은 아니지만 2012년 2월 행정소송에서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해 직접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이미 받은 상태다.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추악한 자본주의가 월가의 반란으로 글로벌차원에서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이 확산됐고 국내서도 재벌의 경제민주화를 거부할수 없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아가면서 대기업에 대한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의 기업프렌들리는 더이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박근혜 새정부는 취임사에서 "공정경쟁,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대기업의 불법행위나 재벌총수의 사면권에 대해서도 제한한다고 밝힌 상태다.

노동계의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본부는 GM대우 판결 직후 성명을 통해 "자동차산업 등 제조업체에 불법파견이 만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판결"이라며 "현재 제조업 전반에 하도급을 가장한 불법도급이 판치고 있다. 이러한 불법파견은 사용주에게는 막대한 이윤을 남기지만 노동자에게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도 "GM대우차 닉 라일리 전 사장에 대한 불법파견 유죄판결을 계기로 법치위에 군림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이제 상식이다"며 현대차를 겨냥했다. 다음은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처벌대상이라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2010년 8월 30일 서울지검, 2012년 6월 26일 울산지검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파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금속노조는 "더 이상 검찰은 현대차 정몽구회장에 대해 수수방관과 봐주기 특혜로 일관하지 말고 국민의 법정서와 감정에 납득할 만한 조치를 즉각 취하라"고 촉구했다.

불법파견에 대한 제재는 유통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 등 유통업계도 협력업체로부터 파견을 받는 고질적인 사내하청 다발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이마트의 노조원 사찰 의혹 수사과정에서 수사대상 24개 점포 중 23개점포에서 불법파견이 만연된 사실을 적발했다. 노동부는 1900여명에 이르는 사내하청 노동장에 대해 직접 고용을 지시하기로 했다. 이행거부시 부과되는 과징금만 190억원대다.

항공업종에서도 불법파견이 이뤄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까지 불법파견을 받아 조종사 노조에 의해 검찰에 고소된 상태다.

그러나 다만 사내하청의 불법성 판단은 최종 확정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사측이 사내하청을 유지하기 위한 저항을 끝까지 하면서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가기 때문이다. 대략 8-10년 가깝다. GM대우의 경우 2005년 소송이 처음 제기됐지만 8년만에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대차에 대한 불법파견 행위도 회사측이 버티면서 행정소송이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렸다.

이처럼 불법파견을 다루는 소송이 장기화되는 이유는 검찰이 기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한몫한다. 기소가 늦어지면서 재판 시작이 자연스럽게 늦어지고 항소단계를 거치면서 소송기한이 장기화된다.

고용노동부는 대한항공을 불법파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수년째 기소를 미루고 있어 재판은 시작도 되지 않은 상태다. 조종사노조는 검찰이 조양호 회장에 대해 봐주기를 하고 있다며 조속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