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이종수 SH공사 사장이 사퇴가 2일만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놓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12조원이 넘는 공사의 채무 감축을 놓고 서울시와 갈등하면서 못하겠다고 사퇴카드로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사장의 사의를 반려하고 복귀를 요청했고 이 사장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사장은 전날 공사의 올해 '부채 감축안'과 '임대주택 8만호 건설'에 관한 서울시 업무보고를 마치고 돌연 사의를 밝혔다.

이 사장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지난해 5월 박원순 시장이 SH공사 사장으로 직접 임명했다.

박 시장의 '낙하산 인사 근절' 취지로 공기업 사장 중 최초로 시의회 인사검증도 거쳤다.

하지만 3년인 임기를 10달도 못 채운 채 사의를 표했고 박 시장은 일를 반려했다. 부채감축안은 박 시장의 핵심 공약이다.

박 시장은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 당시 자신의 임기 중 시 부채를 18조원 수준으로 30%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SH공사는 마곡·천왕·위례·신내지구 등지의 개발사업을 통해 오는 2014년까지 부채를 5조원 감축하려 계획했지만 부지매각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목표에 크게 미달했다.

실제 공사가 지난해 말까지 진행한 송파 문정·강서 마곡 등지 용지 매각에 따른 수입은 당초 계획 2조2453억원에 절반을 겨우 웃도는 1조2182억원에 그쳤다.

강일·내곡·은평지구 총 34개용지 분양에선 1개 필지만을 팔았다.

SH공사는 12조5882억원인 부채를 올해 5000억원 가량 줄이고 내년 6월까지 약 7조원을 줄일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시 업무보고 과정에서 올해 9조9865억원 대의 감축안이 논의되자 이 사장이 큰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장의 사의 표명에 박 시장은 5일 사의를 반려했다.

문승국 행정2부시장은 "박 시장은 이 사장을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과 SH공사 채무 감축의 적임자로 변함없이 신뢰하고 있다"고 박시장의 뜻을 전했다.

결국 박 시장의 재신임을 확인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박 시장은 내년 재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박 시장은 임대주택 8만호 보급을 이야기하면서 기존 서민들의 주거환경은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도배와 장판, 주방가구 수선을 14만 임대주택 거주자에게 부담지우는 것을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SH공사는 지난해 14만 가구에 이르는 임대주택에 대해 도배, 장판과 주방가구 수선 주기를 10년에서 13-15년으로 3-5년까지 단축하고 확대 시행키로 했다.

SH공사는 이를 통해 연간 1,0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H공사 시설관리팀 김혁재 팀장은 자재가 좋아졌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임대거주자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SH공사는 연간 수선과 교체비용으로 1,000억원을 책정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