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들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연비과장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국내에서도 연비 소송이 본격 시작돼 앞으로 파장이 주목된다.

법무법인 예율 김웅 변호사는 이모(60)씨 등 현대자동차 차량보유자 48명을 대리해 현대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씨 등은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 50만원씩 1인당 100만원을 청구했다.

이번 소송은 국내 소비자들이 집단으로 연비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에도 집단소송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 변호사는 "현대차는 신문광고에서 '휘발유 1ℓ로 ○○㎞ 주행'이라고만 할 뿐 혼잡한 시내 기준인지 고속도로 기준인지 등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며 "이는 현행법상 부당한 표시·광고 유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고들은 차를 구입한 후 실주행연비가 공인연비에 미치지 못해 실망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피고에 경종을 울리고자 소송을 냈다"고 소송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환경보호청 발표와 지식경제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가 돼서야 불법행위를 알았다"며 "소멸시효가 3년인 점을 감안해 2015년 말까지 추가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씨 등은 또 포스코 등 철강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도 제기했다.

이들은 "철강업체들의 아연도강판 등 가격 담합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포스코 등 6개 철강업체들을 상대로 24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함께 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포스코와 동부제철 등 6개 업체가 자동차 차체의 주 재료인 아연도강판 가격을 담합했다는 사실을 적발했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은 피해자에게 규정 위반 업체가 손해배상을 하게 돼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북미 지역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연비를 잘못 알고 차를 사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는 차주들의 집단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그동안 집단소송은 네이트 KT 현대캐피탈 옥션 등이 회원 개인정보를 유출해 집단손해배상을 당한 경우는 있지만 연비소송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