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무총리실 주재로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에 대해 '민간 점검단을 구성해 (감사결과) 검증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와 환경부가 감사원 감사발표에 대해 보는 안전한다, 수질오염 측정방법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한 데 이어 총리실까지 나서면서 정부가 헌법상 독립감사기관의 감사결과를 정면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양건 감사원장은 "대단히 심각한 사태"라고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23일 세종시 청사에서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과 함께 감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보니 일부 사항에 대해 오해 소지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임 실장이 지적한 감사원 감사 오류 사항 대부분은 지난 18일 국토부와 환경부가 밝힌 내용 그대로다.

임 실장은 보의 안전성에 대해 "4대강 보가 대규모(4~12ｍ)임에도 불구하고 4ｍ 미만인 소규모 보 설계기준을 적용했다는 지적은 소규모 농업용 보 설계에만 적용되는 사실"이라며 "4대강 보는 모두 15ｍ 미만 구조물로 규정돼 적합하게 설계됐다"고 말했다.

설계가 적합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보 자체가 암반에 직접 기초해 있어 안전에도 문제 발생 소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임 실장은 또 보의 수질과 관련해서도 "4대강 사업은 당초부터 하천 수질을 2급수로 관리할 목표로 수질 기준도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으로 해왔고 예년보다 BOD가 10% 감소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수질이 국민 건강에 영향이 큰 만큼 화학적산소요구량(COD)으로 관리를 하라는 감사원 지적을 참고해 2017년부터는 TOC(BOD와 COD를 종합 판단한 수질 기준)로 수질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임 실장은 브리핑 중간중간 "감사원도 안전성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아니다" "감사원도 같은 생각"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감사원 수뇌부와 어느 정도 의견 교류가 있었고 감사원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양건 감사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 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양 감사원장은 국무총리실이 중심이 돼 검증을 하겠다는 총리실 발표에 대해 "대단히 심각한 사태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수용 여부는 구체적 내용이 확정된 후 판단해 보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희선 새누리당 의원의 "감사원 감사 후 정부가 사후에 검증한 사례가 있느냐"는 질의에 양 원장은 "그런 사례를 들은 바 없다"며 "만약 총리실이 조사를 하고 감사원이 그 조사를 받는다, 조사 대상이다 이런 내용이라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내용에 대해서도 총리실과 감사원 의견이 엇갈렸다. 총리실은 감사원 감사 결과 논란 해소를 위해 민간검증단 카드를 꺼냈다.

반면 양 원장은 "이번 감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능력껏 실력껏 양심껏 진행된 것"이라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두 부처 간 대립과 별개로 정권 이양이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짜임새 있는 점검단을 구성하기가 힘들 뿐더러 MB 공약 사업을 현 정부 임기 중 검증하는 게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도 4대강 재검증에 총리실이 4대강 검증 자격이 있느냐며 강력 반대했다. 

민주통합당 4대강불법비리진상조사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실은 4대강 사업을 검증할 자격이 없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