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소송으로 불리는 삼성그룹 고 이병철 창업주의 상속재산을 둘러싼 삼성가(家) 소송 선고기일이 이달 23일에서 다음 달 1일로 연기됐다.

소송가액이 워낙 큰데다 판결문 분량만도 70~100여쪽에 이를 것으로 알려져 재판부도 판결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서창원 부장판사)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명재산을 둘러싸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외 4명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소송의 선고를 2월 1일 오후 2시에 한다고 21일 밝혔다.

당초 삼성가 소송의 선고기일은 23일(수) 오후 4시로 잡혔지만 재판부가 방대한 자료들을 검토하고 판결문을 작성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고를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가 소송은 지난해 2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을 시작으로 이건희 회장의 누나로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부인인 이숙희씨, 조카며느리와 그의 자녀들까지 가세하면서 청구금액이 4조원을 넘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상속소송이 돼 재계는 물론 법조계 최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소송은 상속재산 분할을 요구한 이맹희씨 측이 제기한 소송가액만 1조원대에 이른다. 소송 인지대로 이씨측이 낸 돈만 22억원이 넘는다.

재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삼성과 CJ의 형제그룹간 대결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소송제기 직전 이맹희씨의 법무대리인 화우와 CJ 법무팀이 중국에 함께 다녀온 뒤 소송을 제기했고 재산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이씨가 낸 거액의 소송비용이 CJ그룹쪽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맹희씨의 장남이다.

법조계에서는 소송 승패에 대해 어느쪽도 장담할 수 없는 팽팽한 법리대결을 펼쳐와 법원도 판단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있다.

심리 초반 삼성특검 수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이학수 전 부회장의 진술(1998년 12월 에버랜드가 매입한 삼성생명 주식 344만7,600주의 실제 소유주는 회장님)이 이맹희씨측에 유리하게 작용되는 분위기였으나 이 회장측이 김인주 사장이 진술을 뒤집었다.(이 부회장의 발언이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 법인의 차명은 있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법원도 공판 과정에서 이 회장측 주장을 받아들여 입증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다시 상황은 반전됐다.

이 때문에 당시 특검 주변에선 삼성측이 이건희 회장 살리기를 위해 철저하게 입을 맞춰가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삼성 측은 소송 전망에 대해 이 회장 개인적인 일이라 그룹에서 언급할 사항은 아니라면서도 이 회장이 확실하게 이긴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충분한 법적 논리를 제기했다며 재판부가 이런 점을 충분히 반영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특검 당시 비자금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의 한 지인은 숨겨진 재산이 삼성특검을 통해 드러났을 만큼 이건희 회장이 몰래 사적으로 차명계좌 등을 통해 은닉해오던 것이 드러난 만큼 공정한 분배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