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원대 횡령 및 배임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항소심(2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최규홍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선고공판에서 이 전 회장과 이선애 태광산업 전 상무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각각 징역 4년 6개월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기업인 범죄의 악영향은 직접적으로는 주주와 직원들에게, 간접적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간다"며 "따라서 범죄의 예방을 위해 더욱 엄격한 사법적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회사의 이익이 아닌 개인의 지배력 강화 등의 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지르는 등 조직적으로 회계 장부를 왜곡하는 등 매우 죄질이 불량하다"며 "다만 피고인이 피해액을 모두 변제했고 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과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지난 6월 보석을 신청해 보석금으로 10억원을 내고 보석 허가를 받았고 이 전 상무는 형집행정지 기간을 내년 2월까지로 연장했다. 두 사람은 벌금만 20억원에서 각각 10억원으로 감량됐다.

재판부는 특히, 기업인의 경제발전 기여나 범죄피해 회복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고 강조해 법원의 기업인 범죄 엄벌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전 회장이 간암 투병 중이고, 어머니 이 씨도 고령에 혈관수술을 받은 점을 감안해 대법원 판결 때까지 불구속 상태를 유지했다.

이 전 회장은 이미 간암 등의 수술로 간 절제 수술을 받아 투병중이며 이 전 상무도 구치소에서 화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는 등 건강이 악화된 상태가 감안된 것이다.

두 모자는 모두 휠체어 및 이동식 병원침대를 타고 입장해 주치의의 관리 하에 재판을 받았다.

한편 태광그룹은 이번 2심 판결에 대해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들은 공판과정에서 결심공판을 통해 재판부의 양형에 피고인 생명이 걸려있다는 변론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날 법정 주변에는 주력계열사인 흥국생명 해고자들이 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복직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