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또 한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1년 9개월 만에 직장에 복직한 전국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소속 최강서(35) 조직차장이 21일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 차장은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4층 노조 사무실내 높이 1.8m의 비상용 완강기에 스카프로 목을 맨 채 동료들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한진중공업노조는 2010년 12월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김진숙 민주노총지도위원의 309일에 걸친 85호 크레인 고공농성과 파업투쟁에 전국에서 수많은 희망버스 행렬이 이어지고 국회 청문회까지 열리면서 2011년 11월 해고자 복직 등을 약속하며 노사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일단락되는 듯했던 노사갈등은 다시 재연됐다.  

사측이 지난해 11월21일부터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노조에 일방적인 휴업통보와 함께 생산직 680여명을 대상으로 연간 월평균 362명에 대해 매달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회사측은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노조에 158억원이란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노조는 결국 지난 6월부터 민주노조 탄압중단, 휴업중단 대책마련, 손해배상 청구소송 철회 등을 요구하며 199일째 천막농성과 출근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두달 전부터 노조간부를 맡은 최 차장도 매일 출근선전투쟁을 전개했다. 

회사측은 작년 노사합의에 따라 지난 11월 9일 정리해고자 92명에 대해 복직발령 당시 최 차장도 복직됐다. 2011년 2월 정리해고된 지 1년9개월만이었다.

그러나 사측은 불과 이틀 만에 무기휴업을 발령했다. 게다가사측은 지난 19일에는 소비조합마저 강제 폐쇄하고 노조 사무실을 회사밖으로 내보내려 했다.

노조에 대한 사측의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는 감내하기 힘든 압박이었고 장기간의 휴업은 생활고로 이어졌고 유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최 차장은 조끼 안주머니에서 '사랑하는 내 가족'이라는 제목의 유서 2장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미안합니다. 슬픕니다. 죽는 것보다 맘이 더 아픕니다라며 민주노조 사수, 158억원 죽어서도 기억한다는 글을 남겼다.

20일 휴대전화에 남긴 유서에서 "나는 회사를 증오한다. 자본 아니 가진자들의 횡포에 졌다. 심장이 터지는 것 같다"고 절망감을 드러냈다. 이어 "민조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원 죽으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이라고 사측의 손배소송에 시달렸음을 밝혔다.

그는 또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5년을 또..."라고 언급해 대선 패배의 실망감까지 희망을 잃게했음을 짐작케 했다. 

민병렬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21일 사측의 노조탄압이 참극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오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최 차장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한진중공업 사측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 대변인은 출근 이틀 만에 무기한 휴업발령을 내고 노조를 상대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에는 지회가 운영하던 소비조합마저 강제 폐쇄했다.

이에대해 한진중공업 측은 "사측의 노동탄압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은 억지"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오병윤 대변인은 "사측이 망발을 쏟아냈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용서받지 못할 언행은 삼가하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