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유방암에 걸려 숨진 30대 여성 근로자에게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근로복지공단은 14일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1995년부터 2000년 1월까지 근무한 김모(36)씨 유족이 제기한 산재신청에 대해 "유방암 발병이 과거 사업장 근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며 산재로 판정했다.

삼성전자에 취업해 반도체생산라인에서 일하다 유기용제에 노출돼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자 가운데 유방암 환자에 대해 산재판정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첫번째다.

김씨는 퇴직 후인 2009년 8월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했지만 지난 3월 숨졌다.

공단은 "유해물질의 노출을 정량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기용제와 방사선 노출이 인정되고 노출시기가 이르면 이를수록 암 발병률이 높은 점, 교대근무로 인한 유방암 발병률이 높다는 외국사례를 근거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조만간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결정은 명확한 발병원인 없이 영향 가능성만으로 산재를 인정하고 근로자들의 보상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겸허히 수용하고 임직원 건강관리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기흥 삼성반도체공장에 입사해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가 삼성 이건희 회장 취임 25주년을 맞아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남편의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삼성은 경호원들을 정씨의 주위를 에워싸고 경계하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인 '반올림'은 "올해 4월 재생불량성 빈혈로 숨진 여성근로자의 산재승인 결정에 이어 삼성반도체 노동자 중 두번째 산재승인 사례"라며 "고용부는 방사선·화학물질 취급 노동자 직업병 예방대책과 야간노동 근절 예방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