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의 작가 황석영씨의 문학인생 50년을 기념하는 축하행사가 6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선후배 문인과 문화계 인사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이번 축하연은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과 최원식 인하대 국문과 교수, 시인 김정환·김사인, 소설가 신경숙·이승우 등 6명이 주축이 돼 마련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축사에서 "우리 문학판에 황석영이 없다고 생각해 보면 얼마나 적막했겠나. 문화판, 예술판, 정치판도 그렇고 황석영이 발칵 뒤집어놓지 못한 것은 경제계 하나가 아닌가 싶다"고 회고했다.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축사에서 "황석영은 결코 한자리에 멈춰 안주할 줄 모르는 부랑자였고 그런 덕분으로 어떤 작가도 겪을 수 없는 체험과 아름답고 역동적인 언어로 뛰어난 소설 세계를 만들어왔다"며 "삶의 실제에선 떠돌이였지만 언어 미학에서는 진지한 창조자였던 황석영의 성취를 누가 챙겨 이어갈 것인지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연극인 손숙은 "인생이 파란만장해서 100살쯤 되시는 줄 알았다"면서 "늘 침체되고 힘든 세상을 한번씩 뒤흔들어달라"고 말했다.
청했다.

황석영 작가는 답사에서 "돌이켜보면 기념할 바가 별로 없고 회한이 더 많다"며 "50년이면 저도 달인이 될 법하건만 종이 한장을 열두시간 넘도록 채우지 못하는 날이 한달이면 스무날"이라고 말했다.

황 작가는 또 1970-80년대는 "못견디게 무섭고 고통스러웠지만 재미도 있었던 지옥"이었고 현재를 "확실하게 아프지도 뼈저리게 슬프지도 않은, 애매하게 진화한 지옥"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김지하 시인을 겨냥한 듯 "반평생 함께 한 시인의 일그러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섬뜩하기도 하다"면서 김수영 시인의 시 '현대식 교량'을 낭독하기도 했다.

축하연에는 김치수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시인 이근배·안도현, 소설가 은희경·강영숙·김연수·천운영·편혜영·김중혁·김애란, 유인태 민주통합당 의원, 이부영 전 의원,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가수 전인권과 해금 연주자 강은일이 노래와 연주로 축하했다.

황석영은 1943년 만주 장춘에서 출생해 1962년 단편 '입석부근'으로 등단한 뒤 대하소설 '장길산'과 장편소설 '손님' '오래된 정원' '무기의 그늘' 등을 잇따라 펴냈다. 올해 등단 50년을 맞아 장편 '여울물 소리'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