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2호기와 영광 1~4호기에 시험성적서가 조작된 원자력발전소 부품이 납품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가짜 품질보증서를 첨부한 수입부품이 8601개가 납품된 사실이 적발된데 이어 국산부품도 시험성적이 조작된 것으로 새롭게 적발된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내 원전부품 제작사 2곳이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납품한 밸브, 웨어링(펌프 마모 방지 링) 등이 고리 2호기, 영광 1·2·3·4호기의 안전등급 설비에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5일 밝혔다.

국내에서 만드는 원전부품은 비파괴검사 등 시험을 통과해야 안전등급 설비에 설치할 수 있지만, 문제가 된 제작사 2곳은 최근 5년간 180개 품목 1천555개 부품에 대해 안전시험을 하지 않고도 시험을 받은 것처럼 가장해 납품했다.

이 가운데 현재 고리 2호기, 영광 1·2·3·4호기의 안전등급 설비에 설치된 것은 총 8개 품목 17개 부품이다.

고리 3·4호기에도 위조부품이 일부 납품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그러나 모두 방사선 누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회로루프(1등급), 주변 기기(2등급), 기기를 작동하는 설비(3등급)를 제외한 비안전 등급설비에 설치되거나 재고품으로 쓰였다"고 밝혔다.

원전별 위조부품의 수는 영광 4호기가 7개로 가장 많았고 영광 2호기 4개, 고리 2호기 3개, 영광 1호기 2개, 영광 3호기 1개씩이었다.

원자력안전위 관계자는 "성적서 발행기관에 전화 한 통화만 하면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햇다. 한수원이 그만큼 무신경했고 지식경제부도 원자력발전소 증설에만 혈안이 돼있어 기본적인 안전관리나 원전사고로 인한 국민생명 안전에 무감각해 전력당국의 관리능력에 신뢰가 땅에 떨어지게 됐다.

안전위 관계자는 "기존의 품질검증서 위조사건은 해외에서 수입한 일반부품에 관한 것으로, 국내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이번 사건과는 약간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위조부품의 성능을 검사중이지만, 성능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성능 이상이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전위는 비슷한 사례가 더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10년간 국내 제작사가 납품한 안전등급 부품 전체를 대상으로 시험성적서 위조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어서 성적서 위조부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