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공석중인 외교통상부 제2차관에 민동석(58) 외교안보연구원 외교역량평가단 단장을 내정하면서 야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민을 무시한 MB식 오기 인사'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민 내정자가 다름아닌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으로 있던 지난 2008년 4월 쇠고기 수입협상을 벌이며 광우병 쇠고기수입 우려를 낳으며 전국적인 촛불시위를 불러와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사과까지 해야했던 당시의 장본인을 내각에 중용했기 때문이다.

민 내정자는 미국 총영사로 있다가 쇠고기협상을 위해 농업협상전문가가 없다는 이유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권유를 받고 농업통상정책관으로 자리를 옮겨 쇠고기 관련 협상을 주도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민 내정자의 인선 배경에 대해 "1998년 외무부가 외교통상부로 개편된 이후 통상교섭 전문가가 차관에 임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통상분야와 외교분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역대 차관이 49명 있는데 외대 출신으로는 최초로 차관에 발탁됐다"며 "최근 외교부에서 여러가지 변화의 노력이 있는데, 민 내정자의 경우 외교부 출신이지만 농림부 경험을 한 만큼 바깥에서 외교부를 보는 객관적 시선을 갖고 있어 외교부 변화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참모는 "민 내정자는 쇠고기 협상 이후 온갖 어려움과 개인적 불이익 속에서도 소신을 지킨 사람"이라며 "자기 소신을 지키는 공직자에 대한 배려도 있었다. (이 대통령이) 이런 공직자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상표 홍보수석은 "민 내정자는 정부의 녹을 먹는 관료로서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반대 세력의 협박에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다"면서 "이처럼 국가를 위해 일하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당한 사람을 챙기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 단장의 쇠고기 협상이 국민적 동의를 받지 못한 채 추가협상을 통해 협상안을 손질하는 등 졸속협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인사를 중용하는 것은 민의를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쇠고기 협상 당시 '검역주권'을 포기한 졸속협상에 분노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와 재협상을 외쳤고, 국민적 저항에 놀란 정부는 이 대통령의 사과에 이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통해 미국과 추가협의에 나서 일부 협상 내용을 수정했다. 민 단장이 주도한 쇠고기 협상 결과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었다.

졸속협상의 주역이었음에도 민 단장은 당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한-미 쇠고기 협상은 우리가 미국에게 준 선물이 아니라, 미국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고 주장했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만 제거하면 99.9% 안전하다. 독을 제거하고 복어를 아무런 걱정 없이 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민 내정자는 비판 여론에 밀려 2008년 7월 농식품부를 떠났지만, 그해 11월 외교부 외교역량평가단장으로 복귀했다.
 
2009년 3월에는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보도로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 문화방송 > PD수첩 제작진 6명을 고소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피고소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민 단장은 자신이 펴낸 책 등을 통해 사법부의 판결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