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조사하던 여성피의자에게 유사성행위를 시키고 성관계까지 맺어 도마에 오른 로스쿨 출신 전모(30) 검사가 성관계 직후 증거 인멸을 시도하려 한 정황이 공개됐다.

검찰은 전모 검사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25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4일 긴급체포한 지 하루만이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6일 오후 3시 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검찰은 전 검사가 동부지검 사무실과 서울 왕십리의 한 모텔에서 여성피의자(42)와 성관계를 맺는 등 검사의 직무와 관련해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봤다.

성폭행으로 볼 수도 있지만 성폭행이 친고죄인데다 전 검사와 여성이 합의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성피의자는 "성폭행"이라며 "모텔을 나온 직후 전 검사가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지우라고 했다"고 밝혔다.

여성 피의자측 정철승 변호사는 "검사의 휴대폰으로 통화한 게 2건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남편에게 알려지면 안된다는 이유를 들어 삭제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검 감찰본부는 이날 오전 전 검사의 동부지검 사무실과 차량,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이런 의혹을 확인중이다. 또 24일에는 여성피의자에게 여성 검사를 보내 성폭력에 준하는 면담조사를 실시했다.

여성피의자측 정철승 변호사는 "검찰이 전 검사에게 뇌물죄를 적용한 경위와 여성을 피해자로 인정한다는 입장도 알려왔다"고 전했다.

성관계가 뇌물이라고? 성폭행 논란 = 혐의 적용을 두고는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여기서 뇌물이란 금품은 아니다"며 성관계를 뇌물로 간주했다.

여성피의자측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전 검사측 주장과 달리 성폭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뢰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금품 또는 향응을 수수, 요구하거나 약속한 때 성립하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게 돼 있다.

광범위한 법 해석을 통해 성관계를 일종의 향응으로 보는 판례는 있다. 공무원이 성매수를 하고 청탁자가 '화대'를 대납한 경우가 전형적으로 이 경우 성매매 자체가 뇌물에 포함될 수 있다.

전 검사가 지난 10일 여성 피의자 B(42)씨를 서울동부지검 검사실에 불러 조사하던 중 유사 성행위를 한 사실, 12일 자신의 차 안에서 유사 성행위를 하고 같은 날 인근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모두 직무와 연관돼 대가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초기 검사실에서는 유사성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사실에서도 성관계가 이뤄졌다.

검찰은 전 검사의 행위에 '대가성'은 있었지만 '강압성'은 없었다고 판단한 셈이다. 전 검사와 B씨에게서 위협이나 협박이 있었다는 명시적인 진술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성폭력처벌법은 친고죄에 해당해 전 검사와 B씨가 합의문에 사인한 이상 전 검사에게 이 죄목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하지 않았다. 전 검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의무없는 일을 행하게 한 혐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검찰의 이 같은 법리적용은 이번 사건이 검찰조직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짜내기'식 결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뇌물혐의로 보면 여성 피의자를 검사에게 기소면제를 받기 위해 성을 뇌물로 제공했다는 것인데 피의자에게 뇌물제공 혐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피의자에게는 뇌물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실질적인 피해자로 인정하는 우스운 모양새를 갖췄다.  

피의자측 정철승 변호사는 전 검사의 행위를 성폭력 사건으로 규정했다. 정 변호사는 "이 사건은 검사의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사건"이라고 못박았다.

즉, 전 검사가 조사자로서 위압성을 동원해 항거불능 상태의 피의자를 성폭행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위계에 의한 간음ㆍ강간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이 죄목은 아동ㆍ청소년이나 지체 장애자에 대한 성폭력 사건에 흔히 적용된다.

경찰조사단계부터 합의를 종용하는 위협에 시달렸던 B씨가 검사실에서 극도의 공포를 느낀 상태에서 전 검사의 성행위 요구를 받았다면, 성폭행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는 것.

정 변호사는 특히 전 검사가 모텔에서 성관계 직후 B씨에게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지우라고 강요했다는 점, 자신이 착용한 콘돔을 직접 처리하려 하면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점을 근거로 대고 있다.

B씨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전 검사에게 성관계를 일종의 뇌물로 공여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정황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