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새벽 2시쯤 서울 행당동 연립주택에서 불이나 집안에 혼자있던 30대 여성 김주영씨(35)가 미처 대피하지 못해 숨졌다.

붉은 벽돌로 지은 2층짜리 건물은 창문이 산산조각이 났고 내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타버렸다.

활동보조가 퇴근한 사이 발생한 불에 도움없이는 꼼짝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 김주영씨가 화마에 숨을 거뒀다. 고인은 생전에 장애인운동에 적극나서 자립생활운동을 하던 활동가로 진보정치 실현에 꿈을 꿔왔다. <사진은 고인의 생전 모습으로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모습>

불은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10분만에 꺼졌지만 집안에 혼자있던 김씨는 미처 불을 피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변을 당했다.

뇌병변장애 1급인 김씨는 활동보조가가 25일밤 11시경 퇴근하고 난 뒤 혼자서는 아무 거동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화마에 숨을 거뒀다.

김씨는 당원들과 잘 어울리며 활력넘치는 모습으로 동료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씨는 전동휠체어에 옮겨 앉는 과정에서 골반이 탈구되는 일이 종종 있어 건강상의 문제로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고인이 생활해온 집은 상가건물을 개조해 만든 주택으로, 고인은 지난 2010년부터 이곳에서 생활해왔다. 집의 난방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지난 8월 말 감기와 폐렴 등 건강이 악화돼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빈소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210호이다.

김씨의 죽음은 우리사회의 중증장애인의 상황이 얼마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있는 지 그대로 보여준다.

장애인단체와 진보신당은 김씨의 죽음을 계기로 정부의 약한 장애인보호대책이 미비해 참화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연대회의'는 논평을 통해 "중증장애인으로 열심히 장애인운동에 나선 활동가로 자립생활을 하던 고인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후라 혼자서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화마속에 누워 숨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연대회의는 "활동보조인이 옆에 있었다면 고인은 숨을 거두지 않았을 것이라며 혼자서는 아무 거동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는 24시간 절실히 필요한 존재"라고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활동보조인의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복지 예산증액을 통한 인력충원으로 중증장애인에 대한 24시간 활동보조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