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8일 동남아시아 출장길에 나섰다.

회삿돈 유용 혐의로 재판중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다가 한차례 주의를 받은 바 있는 최 회장은 23일로 예정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상황에서의 출장이라 도피성 출장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 강길부)는 지난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채택 안건을 의결했다.

이런 가운데 최태원 회장은 국감증인 출석결정을 알고도 18일 태국으로 출국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태국 정부 및 기업과 다양한 비즈니스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 날부터 20일까지 태국을 방문하고, 이어 싱가폴, 말레이시아도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열사돈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 회장은 24일 귀국해 25일로 예정된 재판에는 참석할 예정이다.

SK측은 최 회장이 출장 중에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비즈니스위원회(ABC) 포럼에 참석해 태국의 잉락 친나왓 총리와 티티랏 나라동 부총리, 말레이시아의 타파 모하메드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국정감사 증인에 줄줄이 불출석한 가운데 최 회장 역시 국감을 피해 해외출장길에 올랐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미 국회 기획재정위 민주당 간사는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것을 빤히 알고도 해외에 나간다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출석하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국회 기획재정위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등을 묻기 위해 여야 격론 끝에 최태원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이와관련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18일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앞에서 ▲일감몰아주기 등 온갖 불공정행위 ▲횡령.배임 등 각종 불법행위 ▲국감 증인불출석 등 국회와 국민 무시행위 ▲독점,담합,중소기업-중소상인 생존권 침탈 등 탐욕행위 ▲청년 등 국민고용증대 책임회피 행위 등의 행태를 규탄하고, 최태원 회장 등의 국감증인 출석을 촉구했다.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SK그룹의 일감몰아주기 행태에 대해 SK텔레콤 등 SK그룹 7개 계열사가 SK C&C에 시스템 관리와 유지보수 계약을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몰아줘 부당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의계약 방식으로 2008년부터 2012년 6월말까지 SK C&C에 1조7000억원을 지급하고, SK텔레콤의 유지보수비가 시장가격에 비해 현저히 높게 책정됐으며, 5년 내지 10년의 장기간 수의계약 등이 부당내부거래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SK측은 올 상반기에 잡아둔 일정들로, 특히 ABC포럼은 전에도 참석했다.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해 하반기로 출장 일정을 짠 것이라며 국정감사 증인채택이 갑자기 결정돼 기존 일정을 바꾸기 쉽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상반기 칭나왓 총리가 한국에서 열린 국제행사 참석차 방한했을때 면담하면서 태국의 홍수피해와 관련한 치수사업 등 양국간 협력사업 방안을 의논했었다"면서 "이번 방문은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국가지도자를 만나는 의전상 일정을 쉽게 취소하거나 잡을 수 있는게 아니다"며 "도피성 출장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의 28차 공판은 10월 25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