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반도체 공장 백혈병 피해자를 찾았다.

거대기업을 상대로 힘겹게 싸우는 백혈병 환자들의 산재인정 투쟁에 근로자를 보호해야할 근로복지공단마저 노동자 편 대신 기업편에 서서 직업병 입증을 환자에게 요구하는 행태에 지친 이들에게 안 후보의 방문은 그들에게는 설움에 복받친 눈물을 닦아주는 동시에 또다른 희망의 빛이 됐다.

안 후보가 소외된 직업병 환자들을 찾은 것은 대선후보로는 최초이자 기업경영자 출신으로도 처음이다.

안 후보는 15일 직업병 피해자를 만나 얘기를 듣고는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했다.

전날 경제민주화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안전한 노동,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거론한 경제민주화 행보다.

이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경제민주화 행보의 일환으로 대한상의에서 소상공인 400여명과 집단으로 간담회를 가진 것과 달리 안 후보는 한 산재근로자의 고통과 시련에 초점을 맞췄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삼성반도체에서 6년간 일하고 뇌종양 발병으로 수술을 받은 뒤 장애 1급 판정을 받고 재활 치료 중인 한혜경(35) 씨를 만났다. 

한씨는 삼성 계열사에서 근무한 뒤 백혈병, 뇌종양 등을 얻은 근로자들의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 지킴이) 소속으로 정부와 기업(삼성전자)을 상대로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싸우고 있다.

한씨의 어머니 김시녀 씨가 수술 후유증으로 말하기 힘든 한씨를 대신해 "삼성반도체에 입사한 지 8개월 만에 생리가 들쭉날쭉해지고 3~4년 만에 완전히 끊겼다"며 "(딸에게) 관두라고 해서 나온 지 4년 만에 뇌종양이 발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정말 세계적인 기업이라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며 "노동자가 병들었다고 해서 물 한잔 마시고 버리는 컵처럼 취급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근로복지공단에 가서 치료라도 제대로 받게 해달라며 (산재 인정을 해달라고) 무릎 꿇고 사정했다"며 "아픈 사람(삼성 직업병 피해자)이 150명에 이르는데 정부에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한씨도 "산업재해로 인정해주세요"라고 힘겹게 말하며 흐느꼈다.

안 후보는 이 자리에서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책임"이라며 "국가의 품격은 경제적이거나 산업적인 것보다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자에게 직업병을 입증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서 입증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면담후 휠체어를 직접 끌고 한씨를 병실에 데려다 주기도 했다. 안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기업은 생산성 향상에만 투자하기보다는 이제는 노동자와 사람의 안전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오후에는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조선일보 주최 `한중일 3국 협력 국제 포럼' 리셉션에서 `한중일 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을 주제로 축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