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앙부처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의 임직원들의 기강 해이가 풀릴대로 풀렸다.
360m 거리의 산하기관을 가는데 출장비 2만원씩 챙기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는가 하면 870일 근무일 가운데 313회나 골프를 친 기관도 있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낙연 의원(민주통합당)에 따르면 정부 대전청사에 입주해 있는 통계청에서 부속기관이 몰려있는 통계센터까지 거리는 350m다.

건물이 위치한 행정구역은 둔산동과 월평동으로 법정동명은 다르지만 왕복 3~4차선의 쾌적한 대로를 따라 걸으면 7분정도 걸리는 지척이다.

대전청사 앞에는 대전시가 마련한 공공자전거 타슈가 항상 비치돼 있어 급할때 이를 이용하면 양쪽 기관을 오가는데 3~4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통계청 직원들이 이렇게 코앞에 둔 건물 사이를 업무협의차 왔다갔다 했다며 출장비를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센터에서 근무하는 충청지방통계청장은 통계청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출장비 2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식으로 통계청과 통계센터에 입주한 직원들이 양쪽 기관을 오가며 받은 출장비는 무려 5,099회에 8,469만원에 이른다.

정부기관이 국민 혈세를 얼마나 어이없게 집행하고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어느정도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통계청은 2009년 말부터 반경 12km이내 관내 출장은 거리에 상관없이 2시간 이상 다녀오면 1만원, 4시간 이상 갔다오면 2만원을 지급하는 규정을 만들어 지난 4월까지 운영했다.

통계청은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은뒤 최근부터 양쪽 건물을 오가는 직원에게 출장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을 바꿨다. 관내출장이라도 차를 타고 가야할 정도로 멀리 떨어진 곳에 가는 경우에만 출장비를 주기로 했다지만 여전히 기준이 모호해 악용소지는 남아있어 보인다.

통계청은 예산을 전용해 동호회를 지원하거나 일부 직원이 육아휴직 제도를 악용해 해외체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사회 임직원들은 최근 3년간 회원권을 보유한 골프장 3곳에서 근무일 870일 가운데 36%인 313일간 814회나 골프를 쳤다.

한은이나 마사회 임직원들은 '천안함 1주기'나 '을지훈련' 기간에도 골프장을 찾아 나사가 풀릴대로 풀려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경영평가 최하위인 공기업들이 자구노력없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한편으로는 요금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몰염치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정권 말과 대선을 앞두고 이런 편법 관행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시민들의 허탈하게 하는 짓을 근절해야 한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