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억원대의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에 대한 공판이 내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오전 10시 속개된다.

1월말 시작된 최 회장 재판은 지금까지 열린 재판만 26회나 된다.

최 회장은 대규모 변호인단을 앞세워 혐의를 부인하는 변론이 장기화되면서 검찰과 공방이 장기화되면서 재판이 길어졌다. 

재판부는 9월말까지 지리한 증인신문을 모두 끝내고 10월 첫주부터 선고가 내려질 11월초까지는 직접 최태원 최재원 장진원 등 피고인 3명을 상대로 직접 혐의사실 유무에 대해 따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선고를 위해서는 최 회장 형제의 유무죄 판단을 위해 검찰이 기소한 혐의에 대해 직접적인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법원의 피고인 직접 신문은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유무죄, 나아가 형량을 정하는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으로 보여 재판이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고 있다.

법원은 형량선고와 관련 지난해 마련된 양형기준에 따라 엄정한 법 적용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경제범죄에 대해 경제발전 기여나 경영공백이라는 재벌총수에 적용돼온 관행적인 정상참작(?)으로 재벌총수들이 대부분 1심이나 2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판결을 내린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와 경제정의 실현이라는 화두가 대선의 키워드로 자리잡았고 민심의 흐름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장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했고 양형기준도 확립했다.

전경련 등 재계에서는 재벌총수들에게 관행적으로 내려졌던 집행유예 선고 등 '봐주기식 선처형 재판'은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게된 것 아니냐고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은 최저법정형 선고 집유가능형 구형 관행 = 그 동안 법원이 재벌 총수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법정형을 기준으로 법관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죄의 경우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이득액 5억원 ~ 50억원 미만) 혹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이득액 50억원 이상)으로 규정했지만 재판관은 법정 하한선 이상의 범위에서 마음대로 형을 정할 수 있었던 것. 

또 검찰도 형의 감경 역시 보다 자유로워 징역 6년에 해당하는 범죄를 '집행유예가 가능한' 징역 3년으로 구형하는 경우도 얼마든 지 가능했다. 재벌총수 등 경제인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가 관례처럼 적용돼 '3.5 법칙' 이란 말까지 유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1990년 이후 경제비리로 기소된 대기업 오너는 7명으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이후 대통령의 은전(사면)을 받는 특혜를 누려왔다.

삼성 이건희 회장(1100억원대 탈세)은 집행유예, 현대차 정몽구 회장(700억원 횡령 등)은 1심 실형 구속안함, SK 최태원 회장(1조5천억 분식회계 등)은 1심 실형 뒤 보석허가를 받았다.

또 두산 박용성 전 회장(290억 횡령, 2800억 분식회계 등)은 집행유예, 한진 조양호 회장(비자금 1100억 조성 등)은 1심 실형 뒤 보석허가, 오리온 담철곤 회장(300억원 횡령등) 1심 실형 뒤 2심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들은 "경제기여, 경영공백'이란 미사여구 아래 집행유예가 가능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란 관례가 적용돼왔다.

하지만 2009년 7월부터 양형 기준이 시행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양형 기준은 300억원 이상 회사에 피해를 준 기업 총수의 경우 기본적으로 징역5~8년의 형을 선고토록 하고 있다.

피해 회복 등에 따라 형을 감경하더라도, 징역 4~7년을 벗어나는 형은 선고할 수 없다.

김승연 회장 역시 기본 징역 5~8년형에서 감경돼 최하 형이 결정됐지만 애당초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징역 4년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과거처럼 '경영 공백'이나 '경제 발전에 대한 공로'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집행유예 기준은 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했거나 피해가 상당부분 회복된 경우, 혹은 진지한 반성을 하는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양형 기준에 따른 엄격한 사법처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따라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둘다 법정구속(최재원 부회장은 보석상태)될 것인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그동안 경제범죄에 연루된 총수 일가에 대해 둘다 처벌하는 경우는 대부분 피해왔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 두산그룹 박용성 전회장, 오리온 담철곤 대표 등 관련된 가족들과 동시에 처벌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관례도 깨졌다. 지난 2월 법원이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8순 고령인 이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 상무까지 동시에 법정구속헸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항소심에서 이례적으로 1심 선고 형량 징역 7년보다 5년이나 늘어난 징역 12년을 선고되는 등 오히려 형이 강화됐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최태원 SK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에 대한 재판, 서울남부지법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대한 재판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Plus] 특정경제가중 처벌법은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는 제351조(347조(사기) 350조(공갈)), 제355조(횡령.배임) 또는 제356조(업무상 횡령과 배임)의 죄를 범한 사람은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하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때 가중 처벌한다.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다만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倂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