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억원대의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에 대한 26차 공판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오전 10시 속개된다.

1월말 시작된 최 회장 재판은 지금까지 열린 재판만 26회나 된다.

최 회장은 변호인단에서 물량공세를 앞세워 혐의를 부인하는 변론이 장기화되면서 검찰과 공방이 장기화되면서 재판이 길어졌다. 

재판부는 9월말까지 지리한 증인신문을 모두 끝내고 10월주터는 직점 최태원 최재원 등 피고인 3명을 상대로 직접 혐의사실 유무에 대해 따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선고를 위해서는 최 회장 형제의 유무죄 판단을 위해 검찰이 기소한 혐의에 대해 직접적인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법원의 피고인 직접 심문은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유무죄, 나아가 형량을 정하는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으로 보여 재판이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고 있다.

법원은 형량선고와 관련 지난해 마련된 양형기준에 따라 엄정한 법 적용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경제발전 기여라는 정상참작(?)으로 재벌총수들은 대부분 1심이나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온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와 경제정의 실현이라는 화두가 대선의 키워드로 자리잡았고 민심의 흐름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어 재판부도 이런 점을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재벌총수들에게 관행적으로 내려졌던 집행유예 선고 등 봐주기식 재판은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게됐다.

그 동안 법원이 재벌 총수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법정형을 기준으로 법관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죄의 경우 법정형은 징역 3년 이상 혹은 5년 이상으로 돼 있지만 법관은 법정 하한선 이상의 형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또 형의 감경도 보다 자유로워, 징역 6년에 해당하는 범죄를 집행유예가 가능한 징역 3년으로 선고하는 경우도 얼마든 지 가능했다.

하지만 2009년 7월부터 양형 기준이 시행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양형 기준은 300억원 이상 회사에 피해를 준 기업 총수의 경우 기본적으로 징역5~8년의 형을 선고토록 하고 있다.

피해 회복 등에 따라 형을 감경하더라도, 징역 4~7년을 벗어나는 형은 선고할 수 없다.

김승연 회장 역시 기본 징역 5~8년형에서 감경돼 최하 형이 결정됐지만 애당초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징역 4년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과거처럼 '경영 공백'이나 '경제 발전에 대한 공로'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집행유예 기준은 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했거나 피해가 상당부분 회복된 경우, 혹은 진지한 반성을 하는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경제민주화 기조 등 사회 분위기가 재벌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무리해서 집행유예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법관들의 속내기도 하다.

법원 내부에서는 양형 기준에 따른 엄격한 사법처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등 형제가 모두 구속될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다.

김승연 회장 선고 이전인 지난 2월 법원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관행을 깨고 어머니 이선애 상무까지 법정구속한 것은 그 한 바 있다.

이전에는 정몽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를 비자금 사건 당시 동시에 처벌하지 않는 등 동시에 처벌하지는 않았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최태원 SK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에 대한 재판, 서울남부지법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대한 재판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이 최근 열린 항소심에서 이례적으로 1심 선고 형량 징역 7년보다 5년이나 늘어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서울남부지법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대한 재판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법원내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