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지난달 21일 러시아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현지 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매년 빠르게 성장해 2008년에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판매량 세계 5위(290만 대)를 기록한 세계 최대의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147만대로 급감하며 판매량이 10위로 추락했지만 위기가 진정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고공비행을 거듭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실권자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러시아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푸틴 총리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높은 잠재력이 있다”며 “현대차 공장이 러시아에서 성공적으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몽구 회장은 “양국 간 경제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오는 30일은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일이다.

모두 5억 달러(5800억원)을 들여 완공된 현대차의 6번째 해외 공장인 러시아 공장은 전체 200만㎡ 부지 위에 ‘프레스-차체-도장-의장’ 등 전 생산 공정의 ‘원 스톱’ 체제를 갖췄다. 러시아에 진출한 외국계 완성차 업체로는 최초이며, 연간 15만대 생산이 가능한 규모다.

특히 총 투자의 70%에 해당하는 설비를 국내에서 조달했다. 최근 설립한 해외 공장 중 설비 국내 공급률이 최대다. 현대차와 동반 진출한 현대모비스 성우하이텍 등 11개 부품사들의 국내 조달률도 높아 국내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현대모비스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현대차 생산 차량에 들어갈 운전석 모듈과 인패널, 범퍼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올해 러시아에서 7만5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차는 내년에는 쏠라리스를 앞세워 최소 13만 대, 2012년에는 15만대까지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현대차 판매량은 올해 8만대 수준에서 최소 30% 이상 늘면서 시보레를 제치고 수입차 브랜드 1위에 오를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기아차를 합치면 시장 1위인 현지업체 아브토바즈도 추격 사정권에 들어온다.

푸틴 총리는 이날 정 회장과 함께 내년 1월부터 본격 생산되는 현지 전략형 소형차인 ‘쏠라리스’를 시승하며 현대차에 대한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쏠라리스는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C세그먼트(소형~준중형) 차량으로, 춥고 겨울이 긴 러시아 환경과 현지인들의 운전 습관을 반영한 편의사양이 대거 적용된 점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기존 체코와 터키에 이어 러시아 공장을 준공함으로써 서유럽과 동유럽을 잇는 생산 체제를 완성했다. 또한 러시아 공장 준공으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모두 308만대로 늘어나게 됐다. 국내(350만대)와 합치면 전체 생산능력은 650만대를 넘어선다.

한편 현대·기아차의 발빠른 움직임에 도요타 등 글로벌 경쟁 메이커들도 러시아 현지 합작공장 신설 또는 라인 증설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르노-닛산은 러시아 국영 자동차 회사인 아브토바즈와 합작, 연산 30만대 규모의 소형차 생산시설을 새로 가동키로 했다.

중형차인 캠리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도요타도 제2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한편 소형차인 코롤라를 추가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폴크스바겐은 이미 1600㏄급 소형 폴로를 현지 모델로 바꿔 본격 생산에 나섰다.